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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발버둥
열대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사미승은 매운 두부 요리 그릇을 들고 사찰 주방으로 갔다.
음식을 만든 요리사 스님은 젓가락도 대지 않은 음식을 가져오자 이상하다는 듯 사미승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어째서 먹어 보지도 않고 물린 거지?” 사미승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스승님, 오늘 오신 귀인들께서는 담백한 걸 좋아해 매운 음식은 드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리사 스님은 황궁 수라간 출신이라 자존심이 무척 강했고 자기가 만든 요리에도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가 만든 음식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데 자존심이 상한 요리사 스님은 콧방귀를 뀌며 사미승에게 말했다.
“먹지 않겠다면 할 수 없지. 개한테나 갖다 주거라!” 사미승은 스승의 성미를 잘 알았다. 요리사 스님은 뒤끝이 있는 사람이라 자기가 지시한 대로 따르지 않으면 끝까지 괴롭혔다.
사미승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고는 매운 두부 요리 그릇을 주방 뒤편으로 가져갔다.

주방 뒤편에는 작은 대나무 움막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개가 여러 마리 있었다. 사찰에서 도둑을 막기 위해 키우는 개들이었다.
사미승은 매운 두부 요리를 개밥그릇에 쏟아부었다. 세이프파워볼
배가 고팠던 개들은 순식간에 몰려들어 머리를 개밥그릇에 들이밀었다. 개들은 매운 두부 요리를 맛있게 해치웠다.
그런데 사미승이 돌아간 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조금 전까지 팔팔하게 뛰어다니던 개들이 매운 두부 요리를 먹은 후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이었다.
사미승의 모습이 주방 뒤편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젊은 스님이 걸어 나왔다.

죽은 개들한테 가까이 다가간 젊은 스님은 사체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개밥그릇에 있는 매운 두부 요리의 찌꺼기를 본 순간 그는 주먹을 꼭 쥐었다.
그의 눈빛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어떻게 눈치챈 거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건만 어디에서 실수가 있었던 걸까? 영흥후 세자한테 이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진국부인과 식사하던 심균당은 이번에도 역시 아무것도 몰랐다. 입맛이 예전과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암살당할 뻔한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을…….


식사를 마친 후 진국부인은 귀원사 선방에서 반 시진 동안 휴식을 파워볼사이트 취한 뒤 산을 내려갔다.
산 아래에 다다른 두 집안은 각자 자기 집으로 가야 했다.
진국부인은 측근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가마에서 내렸다. 심균당은 심향과 함께 진국부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진국부인은 가녀린 심균당을 잡아끌며 팔을 토닥여 주었다.
“연경성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적적하니 시간 날 때마다 이 늙은이를 찾아오려무나.” 심균당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그녀는 오늘 새장에서 벗어나 하늘 높이 날아오를 작정이었다. 도주에 성공한다면 자상한 진국부인과 다시 만나는 일을 없을 터였다.
두 무리가 갈라지려고 할 때였다.
진국부인은 심균당이 호위무사를 너무 적게 데려온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돌아가는 길에 무슨 변고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진국부인은 자기 사병들에게 심균당을 집까지 안전하게 모시라고 지시했다.
심균당은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결국 진국부인의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진국부인이 마차에 오르자 심균당은 울상을 지었다.
‘사람이 더 많아졌으니 어떻게 도망치면 좋담.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임기응변하는 수밖에…….’ 마차에 올라탄 후로 심향은 오라버니를 줄곧 지켜보았다.
잠시 후 어린아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라버니,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오라버니 곁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있고, 언니들과 저도 있어요.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제가 앞으로 오라버니한테 잘할게요.” 갑작스러운 심향의 말을 들은 심균당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잠시 후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새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는 심향을 내려다보았다.

‘향아는 내가 아직도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빠져 있다고 파워볼게임사이트 생각하는구나.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내가 어떻게 하면 도망칠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는 걸 과연 이 아이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심균당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낯빛이 더 창백하게 바뀌었다.
그는 심향의 새까만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향아, 걱정하지 말렴. 오라비는 지금도 잘 지낸단다.” 어린 심향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는 맑은 눈을 반짝이며 심균당을 쳐다보았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오라버니가 건강해지면 우리 영흥후부한테도 희망이 생길 거라고요. 그러니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그러다 몸 상하겠어요.” 심균당은 어린 심향이 어른스럽게 말하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곧이어 영흥후부를 떠올리자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에는 꽤 부귀영화도 누리고 문제의 총애를 받았던 영흥후부가 아니었던가. 언제부터 ‘가짜 적장손’이 아니면 지탱하기 어려운 가문이 되었을까.’ 절로 비탄에 빠지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도주에 성공한 후 영흥후부의 미래를 상상해 본 심균당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할머니, 병상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 근검절약하며 어렵게 집안을 이끌어 가는 자매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시녀처럼 자란 심향까지.

심균당은 자기가 영흥후부를 떠난 후 그들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 보았다.
원래 주인의 기억을 통해 심균당은 자신이 영흥후부에 파워볼실시간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아직 원로 영흥후가 생존해 있긴 했지만 건강 상태를 봤을 때 몇 년을 더 살지 장담할 수 없었다.
심균당이 도망친다면 원로 영흥후는 큰 충격을 받고 병세가 악화될 게 뻔했다.
둘째를 비롯한 누이와 여동생들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집안에 남자가 없으면 의지할 곳도 없게 될 터였다.
평범한 가문도 대를 이를 아들이 없으면 나라에서 재산을 몰수하려고 드는 판이었다. 더구나 섭정왕은 영흥후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다.
‘내가 사라지면 영흥후부는 악랄한 섭정왕한테 풍비박산이 나고 말겠지…….’ 상상만으로도 심균당은 온몸이 오싹해졌다.

순간 원래 주인한테 있던 책임감과 중압감이 심균당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현재 심균당의 안에 있는 그녀는 원래의 심균당이 아니라 아주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었다.
그녀는 한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그저 실시간파워볼 도피하고 싶었다. 스스로 나서서 집안을 지켜낼 자신도 없었다.
심균당은 이처럼 나약한 자신이 싫었다.
존경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심향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눈길마저 돌려 버렸다. 심균당은 넓은 소매 안에 있는 주먹을 꼭 쥐며 조금씩 흔들거리는 마차 휘장을 바라보았다.
심균당은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래, 한 번만 더 해 보자. 이기적인 나를 위해 한 번만 더……. 도망칠 수 있으면 영흥후부고 뭐고 나와는 완전히 관련이 없는 거야. 실패한다면 기꺼이 영흥후부에 남아 세자 심균당이 되어 주겠어! 어쨌든 난 이 육신에 빌붙어 사는 존재이니 원래 주인을 대신해 효도를 다 하고 그녀의 바람을 이루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 결심을 굳힌 심균당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가슴께에서 막혀 있던 우울한 기운이 조금 해소된 듯했다.
이른 아침부터 심균당을 따라나섰던 심향은 피곤했는지 어느새 마차 벽에 기댄 채 잠에 빠져 있었다.
심균당은 조심스럽게 심향을 마차 좌석에 눕힌 다음 얇은 담요를 덮어 주었다.

그는 휘장을 걷어 바깥 상황을 살폈다.
귀원사의 산 아래에 초라한 점포 몇 개가 있었던 게 떠올랐다.
점포로 사용하는 가옥은 몹시 낡은 초가집으로 앞뒤가 뻥 뚫린 구조였는데 평소에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고 장사하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이 귀해사에 예불을 드리러 오는 날에 맞춰 장이 설 때만 집주인들이 장사를 할 뿐이었다.
허름한 집들은 고작 몇 채뿐이었는데 주로 다관, 잡화점, 포목점 등이었다.
이미 오후로 접어들고 있어 장에 왔던 사람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고 몇몇 점포들 앞에 손님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점포에서 일하는 사람도 기운이 없는 듯 축 늘어져 있었다.
심균당은 귀원사에 있을 때 따로 마련해 둔 계획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기회만큼은 놓쳐서는 안 되었다.
심균당은 마차 벽을 두드렸다.
잠시 후 근처에 있던 호위무사가 마차 창문으로 다가와 심균당에게 시킬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심균당은 호위무사에게 장수를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그는 장수에게 자기가 원하는 걸 말했다. 그리고 장수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장수는 심균당이 하려는 일에 반대했다.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요? 왠지 걱정돼서 말입니다.” 심균당이 눈을 흘기자 장수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장수는 내심 불안했다.
‘요즘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장수는 심균당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호위무사에게 마차에 탄 막내 아씨를 모시고 영흥후부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장수는 진국부인이 보내 준 사병들과 함께 심균당을 따라 허름한 포목점으로 들어갔다.
심균당은 진국부인의 사병들에게 포목점 입구를 지키라고 말한 뒤 장수만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사병들은 평상복을 입고 있어 주위의 이목을 끌지 않았다.
아무리 의심스럽게 본다 해도 조금 건장한 하인들 같았다.
으슥한 곳에 숨어 있던 진축은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포목점으로 들어가는 심균당을 주시하며 차갑게 웃었다.
‘어리다고 얕잡아봤더니 얄팍한 술수도 부릴 줄 아는군. 마차를 먼저 보내면 내가 속을 줄 알았더냐, 흥!’ 진축이 손짓하자 주위에 숨어 있던 자객 십수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옷을 입은 자객들은 검을 들고 있는 건 물론이고 얼굴에 복면까지 하고 있었다.
‘일류 자객인 나를 상대로 유인책을 쓰겠다고! 어림없는 수작! 영흥후부의 세자야, 이제 네놈의 운도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친히 황천길로 안내하마!’ 진축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귀원사와 귀해사의 산 아래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심균당을 암살하기에는 가장 좋은 때였다.
우선 최대의 걸림돌인 진국부인이 없었다.
사병들을 몇 명 두고 갔다지만 진축한테는 오합지졸에 불과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심균당이 포목점에 들어가자 계산대에 기댄 채 졸고 있던 주인장은 깜짝 놀랐다.
주인장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손님을 맞았다.
심균당이 입고 있는 옷은 소박했지만 옷감만큼은 고급이었다. 허리에 찬 장신구만으로도 주인장은 심균당의 신분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젊은 공자는 귀족임이 틀림없었다.
주인장은 심균당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 뭐가 필요하신지요? 저희 가게는 규모는 작지만 옷감은 수십 가지를 구비해 놓고 있답니다. 고급 능라(綾羅)부터 거친 삼베까지 없는 게 없습지요. 이쪽에는 기성복도 있으니 마음껏 입어 보십시오.” 점포 중앙에 선 심균당은 주위를 둘러본 다음 별다른 생각 없이 물었다.
“주인장, 여기 있는 물건이 다요?”
심균당의 물음에 주인장은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심균당이 거물이라고 짐작했다.

‘이 귀공자가 설마 우리 가게 물건을 몽땅 사려는 건 아니겠지?’ 포목점 주인장은 눈을 반짝이며 급히 대답했다.
“아니요,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요. 작은 가게에 어떻게 모든 물건을 다 꺼내 놓을 수 있겠습니까. 물건 절반은 후원에 있습지요! 남자용, 여자용 할 것 없이 모두 있으니 원하시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가서 보시겠습니까?” 심균당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장수를 데리고 주인장의 뒤를 따랐다.
후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가게로 돌아온 심균당은 평범한 남색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인장, 저 옷 좀 입어 보세.”
심균당의 속내를 알 수 없었던 주인장은 심균당이 가리킨 옷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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