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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섭정왕이 기뻐하다(2)
섭정왕은 왕부로 돌아올 때 심균당이 차를 챙겨 주었다는 걸 기억해 내고 말했다.
“이 차는 치워라. 질렸다. 영흥후부에서 가져온 차를 내와. 남은 건 잘 챙겨 두고. 실수가 있으면 책임을 물을 것이다.” 섭정왕은 뜬금없이 말했다.
위 공공이 황망하게 대답했다.
“전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소인이 손수 차를 끓여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위 공공은 부리나케 의사당을 나갔다. 그는 곁방에서 쉬고 있는 진천화와 호양운을 찾아갔다.


예상대로 그들에게 영흥후부에서 가져온 차가 있었다. 차는 기름종이로 대충 포장되어 있었다.
차를 받아 든 위 공공은 조금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보게, 이 차가 정말 전하께서 영흥후부에서 가져온 차가 맞나? 자네들은 절대 이 늙은이를 속여서는 안 되네.” 위 공공이 의심하는 말에 진천화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위 총관, 우리가 아무리 멍청해도 그렇지 감히 전하의 물건으로 장난칠 사람으로 보이오! 이 차는 우리가 돌아올 때 젊은 영흥후가 친히 내 손에 쥐여 준 것이란 말이오. 그게 어찌 가짜일 수 있겠소?” “알았네, 알았어. 자네들이 어찌 감히 가짜 물건으로 전하를 우롱하겠는가!” 위 공공은 그 말만 남긴 채 차가 든 기름종이 두 봉지를 서둘러 가져갔다.
진천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늙은 고자가 호되게 당하더니 완전 새가슴이 파워볼사이트 되었구먼!” 위 공공은 젊은 태감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일을 처리했다. 오랫동안 섭정왕의 시중을 들었던 그는 주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전 주인의 말투로 봤을 때 영흥후부의 차를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위 공공은 손을 깨끗이 씻고 차를 우려냈다.
위 공공은 영흥후부에서 가져온 차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까다로운 섭정왕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기대감에 부풀어 봉지를 연 위 공공은 얼떨떨해졌다.
봉지에 담긴 차는 잘게 부서져 있었고 색깔도 좋지 않았다. 위 공공은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차를 조금 집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찻잎은 형상도 거칠고 향도 탁해 품질이 2등급에도 못 미쳤다.
위 공공은 함부로 차를 끓일 수 없어 진천화와 호양운에게 거듭 확인을 받은 후에야 차를 우려 섭정왕에게 가져갔다.

위 공공은 차 쟁반을 든 손을 떨었다. 오늘처럼 차를 파워볼게임 올리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적은 없었다. 그는 머리를 허리에 오도록 푹 숙였다.
섭정왕은 공문서를 보고 있었다.
위 공공이 손을 떨자 섭정왕이 차갑게 쳐다보았다. 그는 즉시 차를 주인 앞에 내려놓았다.
“전하, 영흥후부에서 가져온 차를 끓여 내왔습니다.” 위 공공은 ‘영흥후부의 차’임을 특히 강조했다. 섭정왕이 맛본 후 이상하면 책임을 물을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섭정왕은 그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그래’ 하고 대답했다. 잠시 후 다 읽은 공문서를 내려놓고 찻잔을 든 섭정왕은 뚜껑을 열고 살살 입김을 분 다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섭정왕이 차를 마실 때 위 공공의 심장은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뛰었다. 주인이 정말 차를 마시자 섭정왕의 진노를 각오한 위 공공은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주인이 짜증을 내거나 노발대발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위 공공은 몰래 눈을 떠 보려는데 섭정왕이 목소리를 깔며 엔트리파워볼 말했다.
“위전명, 눈 감고 뭐 하는가?”
위 공공은 즉시 눈을 왕방울만 하게 떴다.
“전하께 아룁니다. 소, 소인은 눈이 좀 뻑뻑해서 잠시 감고 있었을 뿐입니다.” 섭정왕은 위 공공에게 신경을 끄고 다시 차를 마셨다. 표정만 보면 차 맛에 취한 듯했다.
손수 차를 우려내지 않았다면 위 공공은 지금 주인이 마시고 있는 것이 서왕부의 아랫것들도 마시지 않는 저급한 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을 터였다. 다른 사람이 차를 올렸다면 그는 분명 주인이 최고급 차를 마신다고 여겼을 것이다.
위 공공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섭정왕을 힐끔거렸다.
‘전하의 미각이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평소에는 입맛이 까다로워 진상한 차가 아니면 마시지도 않고 정갈한 음식이 아니면 먹지도 않는 양반인데 어떻게 된 거지? 저질 차를 거리낌 없이 마시다니 말이야…….’ 위 공공은 정말 섭정왕에게 내막을 묻고 싶었지만 범접할 수 없는 위엄 때문에 감히 의문을 제기할 수가 없었다.
위 공공은 메추라기처럼 떨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차를 맛있게 마시던 섭정왕은 문득 그 차를 젊은 영흥후가 직접 준비해 준 게 아닐까 추측했다.

그는 차에서 유독 시원스러운 맛이 난다고 느꼈다. 준마 유리 공예품도 계속 만지작거렸다.
섭정왕은 존재감을 지우려고 노력하는 위 공공에게 말했다. EOS파워볼
“위전명,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로 받았다면 답례로 무엇을 주는 게 좋겠느냐?” 위 공공은 눈알을 굴리다가 물었다.
“소인이 감히 여쭙겠습니다. 전하께서 상대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 하는 듯하온데 혹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시는지요?” 섭정왕은 늙은 태감이 역시 믿음직하다고 생각했다.
유리 공예품이든 찻잎이든 젊은 영흥후가 오늘 섭정왕에게 준 것은 모두 그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섭정왕은 영흥후부에서 만난 심균당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기 품에 안겼을 때 홍조를 띠었던 심균당의 작은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무심코 보았던 남색 이야기책도 문득 떠올랐다.

섭정왕의 표정이 좀 더 온화해졌다.
그는 위 공공에게 손짓했다.
위 공공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귀를 가까이 댔다.
주인의 명령을 들은 후 위 공공은 두꺼운 얼굴 가죽을 씰룩거렸다. 그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전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착오가 없도록 직접 하도록 하겠습니다.” 위 공공이 나가려는데 섭정왕이 그를 불러 세웠다.
“외무부(外務府)에 가서 은자 1,000냥도 함께 보내도록 하라.” 위 공공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섭정왕은 급히 떠나는 위 공공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유리는 값비싼 물건이었다. 그러므로 섭정왕은 심균당에게 로투스바카라 큰돈을 쓰게 할 수 없었다.


심균당은 영흥후부 소풍거에서 한가롭게 소식을 기다렸다. 날은 점점 추워졌지만 철제 연통을 만들게 한 후부터는 실내에 화로를 여러 개 놓아도 연기를 들이마실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백매는 심균당을 위해 삶은 오골계탕을 가져왔다.
장의자에 누워 있던 심균당은 발소리를 듣고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백매는 한 손에 찬합을 들고 다른 손에 조금 큰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심균당이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잠깐 나갔다가 무슨 물건을 그리 많이 들고 와?” 백매는 우선 찬합을 조심스럽게 협탁 위에 올려놓은 후 보따리를 심균당에게 건넸다.
“나리, 서왕부에서 답례를 보내왔어요. 쇤네가 주방에 가는 길에 장수를 만났는데 장수가 나리께 전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서왕부? 섭정왕?’
백매의 말에 심균당은 보따리를 열어 볼 마음이 싹 가셨다. 오픈홀덤
염라대왕이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냈을 리 없다는 걸 심균당은 직감했다.
보따리를 들어 보니 제법 무거웠고 모서리가 각 져 있었다.
퍼뜩 생각 하나가 스치고 지나간 심균당은 입을 삐죽거렸다. 보따리를 빤히 쳐다보던 그는 생각했다.

‘보따리에 설마 내가 예상하는 그게 들어 있진 않겠지?’ 보따리를 열어 보니 예상대로 책이 여러 권 있었다. 대여섯 권쯤 되었는데 표지가 파란색이었다. 빳빳한 종이 질로 보아 책방에서 방금 사 온 것 같았다.
책 위에는 소가죽 편지봉투가 놓여 있었다.
심균당은 편지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냈다. 봉투에는 편지가 아니라 은표가 들어 있었다. 은자 1,000냥짜리였다.
심균당은 어안이 벙벙했다. 과연 섭정왕이 씀씀이만큼은 시원시원했다.
‘은자 1,000냥을 아무렇지도 않게 척 내주다니…….’ 심균당이 처음으로 벌어들인 돈이었다.
원가가 동전 한 닢에도 못 미치는 준마 유리 공예품으로 은자 1,000냥을 번 덕분에 심균당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귀족, 거상들도 섭정왕처럼 돈을 아낌없이 써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심균당은 은표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은 다음 서책을 펼쳐 보았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심균당은 당황했다.
그는 급히 책을 덮고는 다른 책들도 살펴보았다. 그것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섭정왕이 보내온 책 모두 남색 이야기책이었다. 심균당이 전에 보았던 책에도 ‘진한 표현’이 많았지만 이 책들은 한술 더 떠서 삽화까지 그려져 있었다. 책방 주인장이 아껴 둔 소장본이 확실했다.
옆에서 시중을 들던 백매가 심균당의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걸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리, 왜 그러세요? 이 책들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심균당은 입을 실쭉거렸다.
“백매야, 화로를 이리 가져와.”
화로를 가져오자 심균당은 화풀이라도 하듯 책들을 몽땅 화로에 던졌다.
백매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불길에 휩싸인 서책에서 노골적인 삽화를 본 백매는 얼굴을 붉혔다. 주인이 화를 내며 책들을 불태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이건 흔한 책들이 아니라 남색을 하는 남자들끼리 몰래 보는 ‘그렇고 그런 책’이잖아!’ 백매는 섭정왕이 자기 주인한테 왜 이런 책을 보냈는지 의아했다.
‘우리 주인은 어쩔 수 없이 남장을 하고 다니지만 실은 진짜 남자도 아닌데…….’ 백매는 미간을 힘주어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주인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기 주인을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나, 나리!”

심균당은 골치가 아팠다.
‘빌어먹을 염라대왕아, 나만 보면 남성 호르몬 수치가 솟구치냐? 정말 그런 거야, 응?’ 심균당은 최대한 섭정왕을 피하기로 했다.
‘그래도 소용없으면 어떻게든 단념하게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겠지?’ 섭정왕과의 관계가 심각한 단계까진 이르지 않았으므로 심균당은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심균당은 백매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괜찮아. 나한테도 다 생각이 있어. 염라대왕을 단념시킬 방법을 궁리해 볼게.” 백매는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리, 어쩌시려고요?”
심균당은 미소를 지었다.
“뭐가 어렵겠어. 정 피할 수 없으면 너희들을 시첩으로 삼으면 되지, 뭐.” 섭정왕이 무슨 속셈인지 뻔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던 백매는 심균당이 놀리자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심균당에게 첩이 있다는 걸 대외적으로 공표하면 섭정왕도 거머리처럼 그에게 달라붙지 못할 터였다.
‘어쨌든 섭정왕도 황족이니 체면 때문에라도 귀찮게 들러붙지 않겠지?’ “일단 그 걱정은 잠시 접어 두자고. 아무튼 은자 1,000냥이 생겼으니 기뻐해야 하잖아. 은표를 섭 집사한테 가져다주고 어멈들을 시켜 누이들 겨울옷, 장신구 등을 규정대로 준비하라고 해.” 은표가 든 편지봉투를 건네받은 백매는 영춘에게 심균당의 시중을 들라고 부탁한 다음 섭 집사를 보러 전정으로 갔다.
며칠 지나지 않아 홍화가의 취보헌에서 유리를 싼 값에 팔았다는 소문이 연경성에 파다하게 퍼졌다.
섭정왕이 영흥후부에 갔을 때 영흥후한테서 값비싼 유리 공예품을 받았다는 소문도 함께 퍼졌다.
그 유리 공예품은 아주 투명했고 햇빛에 두면 눈부시게 빛난다고 했다.
배를 타고 교역하러 오는 외국 상인한테서도 그렇게 품질이 좋은 유리는 구할 수 없었다.
원안백이 사실을 확인해 주었기 때문에 연경성 사람들은 영흥후부에 값비싼 유리 공예품이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것도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까지…….

원안백부는 몰락한 가문이었고 원안백은 평소 허풍이 셌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원안백이 취보헌에서 유리를 싸게 산 것이 진짜인지는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자 겨울에 눈꽃이 날리듯 영흥후부로 방문 편지가 쇄도했다.
소풍거 서재에 앉아 있던 심균당은 장수가 방문 편지를 한 광주리째 들고 오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공부(韓國公府), 영국공부(英國公府), 용위장군부(龍威將軍府), 준덕장공주부(俊德長公主府)…….” 방문 편지의 뒷면에는 금빛 찬란한 글자들이 쓰여 있었다.
심균당은 조잡한 유리 공예품이 연나라 귀족과 부자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부자들은 마땅히 돈 쓸 곳이 없는 모양이었다.
‘돈을 크게 쓰겠다는데 기대를 저버릴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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