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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길을 가던 중 뜻밖의 일이 벌어지다 점점 많이 내리는 눈을 보고 마부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내리기 시작한 눈은 밤이 절반이나 지났는데도 그치지 않았다. 눈은 무릎 높이까지 쌓였기 때문에 마차의 속도도 현저히 느려졌다.
말들도 힘겨운지 숨을 헐떡거렸다. 다른 때보다 몇 배는 힘이 더 드는 것 같았다.
말을 타고 뒤따르던 진소 대장은 마차의 속도를 가늠해 보았다. 너무 느리게 가고 있었다.
진소 대장이 마부에게 말했다.
“뭘 꾸물거리는 거야. 어서 달려. 나리가 조회에 늦으면 네놈이 책임질 거야!” 겁을 먹은 마부가 채찍을 마구 휘둘렀다. 채찍 세례를 받은 말은 힘껏 마차를 끌었다.
속도가 조금 전보다는 빨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은 사람의 바람과 다르게 점점 더 많이 내렸다.

눈이 하늘에서 거침없이 흩뿌려졌다.
잠시 후 마차 지붕에도 손가락 두께만큼 눈이 쌓였다.
길 위에는 눈이 더 많아 쌓였다. 길 가는 사람이 없는 야간에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간에는 통행을 금지해서 눈을 치울 사람도 없었으니 눈은 그대로 쌓일 수밖에 없었다.
마차가 지나가자 깊은 바큇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오픈홀덤
마차에 타고 있던 심균당은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는 걸 체감했다.
밖에서는 진소 대장이 마부를 닦달하는 소리가 들렸다.

심균당은 벽에 몸을 기대며 미간을 찌푸렸다. 배 속도 조금 불편했다. 아침에 느끼한 음식을 많이 먹은 탓이리라.
심균당은 손난로를 배에 가져다 댔다. 열기가 몸에 전해지자 속이 조금 나아졌다.
차로 입가심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측간에 가는 걸 예방하기 위해 꾹 참았다.
마차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세이프게임
가끔 넓은 길에서 호위를 받으며 달려가는 마차와 마주치기도 했다. 심균당처럼 황궁 조회에 참석하러 가는 마차인 것 같았다.
영춘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심균당에게 일찍 출발하라고 했다.
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심균당은 일찍 영흥후부를 나선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경성의 대로는 하얀 눈으로 덮여 길이 보이지 않았다. 길 양쪽에 등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면 마차가 지나가는 사람이나 집과 충돌할 수도 있었다.

심균당이 미간을 찌푸린 채 졸음을 쫓아내고 있는데 갑자기 마차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마차가 오른쪽으로 기우뚱했다. 너무 심하게 기울어 전복되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될 정도였다.
마차에 타고 있던 심균당은 벽에 부딪쳤다. 화로에 있던 숯도 많이 쏟아져 나왔고 물건들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소 대장과 호위무사들은 기민한 사람들이었지만 마차가 갑자기 기울어질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마차를 끌던 말이 난동을 부리며 비명을 질러 댔다. 그래도 마부가 노련한 사람이라 금세 말을 진정시켰다.
놀란 말을 재빨리 진정시키지 못했다면 망가진 마차를 끌고 가다가 심균당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놀란 마부는 온몸에 식은땀까지 흘렸다. 진소 대장과 장수는 호위무사를 데리고 마차에 다가갔다.
진소 대장이 휘장을 걷어 올리며 다급하게 물었다. 세이프파워볼
“나리,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친 데는 없습니까?” 머리와 팔이 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아팠지만 심균당은 고개를 저었다.
심균당은 장수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난 괜찮아. 빨리 안으로 들어가 숯불을 끄도록 해. 화로에서 숯이 몽땅 쏟아졌어. 자칫 잘못하다간 마차가 통째로 타 버릴지도 몰라.” 마차에서 나온 심균당은 안과 밖이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눈이 섞인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옷을 거침없이 뚫고 피부를 때렸다.
예민한 심균당은 재채기를 심하게 해 댔다. 파워볼사이트
깜짝 놀란 장수가 마차에서 피풍의를 가져와 주인의 몸에 걸쳐 주었다.
장수는 손난로도 심균당의 손에 쥐여 주었다.
진소 대장은 심균당의 명령에 따라 호위무사들에게 마차 안의 숯불을 끄도록 했다.
심균당은 피풍의를 걸치고 손난로를 꼭 쥐니 조금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심균당은 마부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마부 호(胡)씨는 마차가 왜 갑자기 전복될 뻔했는지 이유를 알아냈다.
심균당이 다가오자 호씨가 예를 올렸다.

“나리.”
“마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냐?” 호씨의 피부는 귤껍질 같았다. 파워볼게임사이트
“마차바퀴가 깨진 석판 구덩이에 빠진 것입니다, 나리.” 대로의 오른쪽 부분에는 석판이 갈라져 움푹 들어간 곳이 있었다. 커다란 구덩이인 모양이었다.
관아에서 제때 수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눈이 많이 내리는 바람에 가려졌던 것이다.
눈이 내리지 않고 낮이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구덩이였다. 그러면 빙 돌아서 피해 가면 되었을 테고 사고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눈이 많이 내려서 길이 평평해진 바람에 구덩이도 다른 곳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부 호씨도 구덩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빠져 버린 것이다.
“모두 쇤네의 잘못입니다. 벌을 내려 주십시오.” 늙은 마부는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는 눈 바닥에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심균당은 얼른 마부를 일으켰다.

심균당은 눈을 맞으며 마차를 살펴보았다. 마차는 심각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일어나게. 이건 자네 잘못이 아니야.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마부라도 이런 구덩이에는 빠질 수밖에 없었을 거야. 일단 마차를 고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게.” 옆에 있던 시위 둘이 구덩이에 빠진 마차를 밖으로 밀었다. 마부도 말을 끌어당겼다.
마부 호씨는 목공 기술이 있는 시위에게 마차바퀴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파워볼실시간
잠시 후, 진소 대장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리, 바퀴 축이 갈라지고 심하게 뒤틀려 쓸 실시간파워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억지로 마차를 타고 가다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심균당은 목숨으로 걸고 도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심균당이 침묵을 지키자 진소 대장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리, 마부를 집으로 보내 마차를 다시 가져오게 할까요?” ‘마차를 다시 가져온다고? 지금 황궁까지 절반 가까이 왔는데 마부가 집에 다녀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아직 깜깜한 밤이었고 눈까지 퍼붓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시장과 객잔은 문을 열지 않았으니 마차를 빌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심균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 없네. 그러면 늦을 거야. 일단 마부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날이 밝으면 마차를 수리하게. 너희 말 중에서 하나를 주고. 말을 타고 대조회에 참석해야겠네.” 덩치가 큰 진소 대장이 말했다.
“그건 아니 될 말씀입니다, 나리. 지금 살을 에는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몸이 약한 나리가 말을 타고 황궁에 가면 병이 날지도 모릅니다.” 심균당은 정색했다.
“그럼 진소 대장이 말해 보게. 그것 외에 더 좋은 수가 있는가? 대조회에 늦으면 조정의 문무백관들한테 조롱거리가 될 게야. 우리 영흥후부도 연경성의 웃음거리가 될 테고.” 진소 대장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8척 장신의 사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말을 주게! 누가 줄 텐가?” 심균당의 표정은 매우 비장했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위엄이 느껴졌다.
진소 대장은 발에 뿌리라도 내린 듯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심균당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리. 이곳은 서왕부와 가깝습니다. 서왕부로 가서 도움을 청하는 건 어떨까요? 서왕부는 규모가 크고 형편도 넉넉한 곳이라 틀림없이 마차도 여러 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황궁까지 추위에 떨면서 갈 필요가 없고 병이 나지도 않을 테지요.” 진소 대장은 심균당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유경별장에서 겪은 일과 그로 인해 생긴 편견 탓에 심균당은 섭정왕을 의심했고 반감도 더 강해졌다.
집에서 나오기 전 소풍거에서는 영춘이 여우털 피풍의를 입혀 주려고 하더니 이제는 진소 대장이 서왕부에 가서 도움을 청하자고 했다.
심균당은 오기가 생겨 얼어 죽는 한이 있어도 섭정왕한테서는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심균당은 서릿발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소 대장, 섭정왕은 우리 영흥후부의 원수라는 점을 명심하라!” 심균당은 장수에게로 걸어갔다.
진소 대장이 말을 듣지 않아도 심균당에게는 장수가 있었다.
“장수야, 네 말을 다오. 너는 저들과 함께 말을 타고.” 심균당의 말투는 날씨만큼이나 싸늘했다. 늘 심균당의 곁을 지킨 장수는 진소 대장보다 주인을 더 잘 이해했다.
장수는 심균당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주인의 명을 거역할 수 없어 말고삐를 심균당에게 넘겼다.
“나리, 이 말은 좀 거칩니다. 조금 천천히 타십시오. 자, 쇤네가 잡아 드릴 테니 올라가시고요. 이따가 쇤네가 바로 뒤따라가겠습니다.” 심균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장수의 깍지 낀 손에 발을 얹었다.
장수는 힘껏 발을 올려 주었다. 심균당은 안장을 잡고 말에 올랐다.
심균당은 말 타기에 사실 능숙하지 않았지만 몸의 원래 주인은 기마술을 잘 익혀 둔 모양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심균당은 말 타기에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말에 오르자 살을 에는 바람이 불어왔고 눈도 얼굴에 날렸다. 찬바람은 심균당의 체온을 절반쯤 앗아 갔다.
하지만 피풍의가 몸을 감싸 주고 있었고 손난로 두 개도 품에 넣은 덕분에 온기를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말을 타고 황궁에 들어가게 될지는 몰라 영춘과 백매는 심균당에게 장갑과 방한모 등을 챙겨 주지 않았다.
심균당은 크게 숨을 들이켠 다음 다시 숨을 내쉬었다. 새하얀 김이 눈을 녹였다.
심균당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없다. 출발!”
심균당이 고삐를 흔들자 말은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말이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자 심균당은 진소 대장이 서왕부에서 마차를 빌리자고 한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극한의 추위에서 말을 달린다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추워도 너무 추워!’
말에 올라탔을 때도 추웠지만 말이 달리자 피풍의가 바람에 날렸다.
가슴이 다 드러나자 심균당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몸을 덜덜 떨었다.
외부로 노출된 신체 부위는 점점 감각을 잃어 갔다.
이때 부드럽고 아름다운 눈은 가늘고 날카로운 칼로 바뀌어 있었다.

눈이 얼굴에 부딪힐 때마다 심균당은 피부가 칼에 베이는 느낌을 받았다.
심균당은 고삐를 꼭 쥐었다. 외부로 드러난 손은 새빨개져 있었다.
심균당은 이를 악물었다.
서왕부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말을 타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니 체면 때문이라도 버텨야 했다.
심균당이 앞으로 달려 나가자 장수도 호위무사한테서 말을 빼앗아 올라탔다.
진소 대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진소 대장,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빨리 나리를 쫓아가야 합니다. 몸이 약하신 나리께서 말을 타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둘의 목숨으로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진소 대장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민첩하게 말에 올라 심균당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다.
호위무사들도 급히 진소 대장의 뒤를 따랐다.


화려한 마차 안에서 섭정왕은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오른손 손가락을 계속 꼼지락거렸다.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중이었다.
마차는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마차는 매우 튼튼했다. 게다가 경험이 풍부한 마부가 모는 지라 더더욱 조용했다.
누군가가 마차를 두 번 두드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섭정왕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회색 옷을 입은 진축은 마차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얀 눈이 내렸지만 진축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영흥후는 말을 타고 황궁으로 갔습니다. 마차는 길에 버려두었습니다.” 섭정왕의 눈에서 기대감이 사라지고 대신 실망감이 자리를 잡았다.
진축은 마차 밖에서 기다렸다. 섭정왕이 화가 났다는 걸 알고 있는 진축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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