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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끝의 시작 ( 1 )
어두컴컴한 방에서 아이는 눈을 떴다.
등 전체로 돌바닥의 냉기가 느껴졌다. 밋밋한 천장은 낡은 거미줄에 뒤덮여 있었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던 아이는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손뼘만한 창으로 빛이 비스듬히 쏟아져 눈가를 간지럽혔다. 일어서자, 머리를 간신히 내미는 것조차 무리인 작은 창문이 보였다. 사각창 너머에선 하늘이 회백색 구름에 덮여 어두운 빛으로 웅성이고 있었다. 낡은 벽돌로 쌓은 감옥. 아이는 이 장소를 알고 있었다.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건.””

실험체로 지냈던 어린 시절. 그 때 갇혀 있었던 감옥이었다. 어린애 하나를 간신히 가둘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감옥은 지금의 아이에겐 비좁았다. 쇠창살로 이루어진 격자문은 힘을 주자 간단히 부서졌다. 창살 너머로 손을 뻗어 문을 열고, 아이는 감옥 밖으로 걸어나갔다. 끼익 소리가 복도 가득 울려퍼졌다.
복도 역시 기억에 있었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탑의 복도가 틀림없었다. 이 복도를 통해 아이는 늘 실험실로 끌려갔었다. 아이는 경계하며 사방을 돌아보았다.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나아가, 마탑 전체가 텅 비어 있었다. 나선형의 계단을 밟아 내려가며 아이는 계속 긴장한 채 두리번거렸지만, 자신 외의 어떤 사람의 기척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침내 1층이었다. 고요한 1층은 널따랗기에 더욱 기묘한 인상을 자아냈다. 조심스레 떡갈나무 출입문을 열어젖히자, 돌풍이 일어 아이를 덮쳤다.
“”윽.”” 파워볼사이트
머리가 미친 듯 휘날려 시야를 가렸다. 바람이 몰아치는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탑 밖의 세상은 괴이쩍었다. 곳곳에서 영문 모를 돌개바람이 일어서 수직으로 치솟아 있었고,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허공에 부유하고 있었다. 하늘에선 탁한 우윳빛 구름이 바람과 뒤섞여 둥글게 휘몰아쳤다. 비스듬히 떠오른 교각의 잔해를 응시하면서, 아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꿈?””

이런 공간이 현실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파워볼게임 저 바람도, 빛바랜 종이처럼 노란 햇살의 빛깔도, 모두 자연에선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을 억누르고 아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금세 깎아지른 절벽에 도착했다. 허리를 굽혀 조심스레 밑을 내려다보자 무저갱처럼 깊은 바닥이 드러났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 이상한 꿈 속의 공간을 돌아보던 아이는 문득 무언가를 발견했다.
탑이었다. 자신이 아까 빠져나온 마탑보다 훨씬 거대한 원형의 탑. 어찌나 높다란지, 하늘 가득 끼어있는 구름을 뚫고 솟구쳐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예감과도 같은 충동이 아이를 사로잡았다. 몸을 일으킨 아이는 곧 저 탑으로 가는 길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문제를 발견했다. 저 탑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저 편에 있었다. 건너갈 방법이 없어 보였다. 허공에 부유하는 파편들을 징검다리처럼 밟아서 건너가 볼까, 그런 생각으로 위태한 발판을 뛰어 나아가던 아이는 곧 난처해졌다. 길이 뚝 끊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서진 난간을 붙잡고 선 아이의 긴 머리칼을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아까부터 회오리치던 거대한 돌개바람이 갑자기 움직여서 아이가 빠져나온 탑을 덮쳤다. 순식간이었다. 마탑을 떠받치던 기둥이 수수깡처럼 부서지고, 우지끈 소리와 함께 마탑 전체가 이 쪽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쿵! 굉음과 먼지를 품은 바람이 미친 듯 일었다. 아이는 난간을 꽉 붙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고, 눈을 떴을 때, 아이의 앞에는 새로운 길이 생겨 있었다. 무너진 탑의 파편이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서, 멀리 있는 저 거대한 탑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준 것이었다. 기막힌 일이었다. 마치 저 거대한 탑이 아이를 인도하는 것 같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아이는, 곧 파편을 밟고 뛰어올라 절벽을 건너기 시작했다.
“”웃.””

마지막 파편으로부터 지면까지의 거리는 좀 길었다. 신중히 뛰어 절벽에 내려앉은 아이의 입에서 가벼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지면에 내려앉자마자, 지금까지 아이가 밟고 건너온 모든 파편이 부르르 떨더니, 저 시꺼먼 어둠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돌아갈 길을 끊으려는 것 같았다. 아까부터 이어지는 현상들에서 아이는 어떤 목적성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저 탑이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여기는.””
뱀처럼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걸어서, 마침내 탑의 정문 앞에 도달한 아이는 커다란 아치문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이 공간에서 보았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 탑 역시 기억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 보았던 것인지는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촘촘하게 이어진 계단에 주저하며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갑자기 어떤 환청이 귓가를 찔러왔다.
‘멍청한, 멍청하기 그지없는 꼬맹이들아! 문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나서서 열란 말이다!’
“”아.””

나하트가 했던 말이었다. 하나의 장면이 기억 속에서 재생되었다. 그 말을 들은 자신과 꼬마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나가서 이 거대한 문을 열어젖히는 장면이었다. 아이는 발을 멈추고, 다시금 계단 위의 정문을 올려다보았다. 문고리를 장식한 산양의 해골이 음산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지프의 본탑이다.”” 엔트리파워볼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나하트의 도피행. 그 초반에, 나하트는 자신과 제물이 될 아이들을 데리고 이 탑에 들렀었다. 지금 현실에서는 철저하게 파괴되어 소멸했을 이 본탑은 어째서인지 이 곳에 있었다.
‘뭐하느냐? 어서 문을 열지 않고!’

나하트의 호통이 다시금 기억 속에서 메아리쳤다. 아이는 계단을 성큼성큼 밟고 걸어올라가 청동 문고리를 붙잡았다. 끼이익, 녹슨 경첩이 낮게 비명을 질러대고, 더께진 먼지가 후두둑 떨어져내리며 탑은 입을 벌렸다. 내부는 창문이 없어 어두웠다. 벽에 매달린 횃불 몇이 푸르게 타오르며 어슴푸레한 빛을 흘릴 뿐이었다.
텅, 안에 들어서자 문은 저절로 닫혔다. 하지만 아이는 그 이변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탑의 벽면을 가득, 촘촘히 메우고 있는 것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벽, 이. 전부 관으로.”” EOS파워볼
이 탑은 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수히 많은 마름모꼴의 석관들이 벌집처럼 맞물려서, 서로를 짓밟고 또 머리에 떠받치며 이 하늘에 도전할 정도로 높다란 탑을 구성하고 있었다. 벽면 하나를 이루는 데에는 수천의 관이 필요했다. 한 층을 지탱하는 데에는 그 벽면 여섯 개가 필요했고, 이 탑은 그런 층 수백 개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석관마다 하나의 죽음을 품고 있을 터였다. 죽음의 숫자를 헤아리던 아이는 작은 현기증을 느꼈다. 어지럼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는 기시감이 밀려들어왔다.
이 탑의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건축양식도 본 적 있는 것이었다. 드미트리와 함께 들렀던 아지프의 외진 마탑이 그랬다. 그 탑의 거대한 승강기 앞에서, 아이는 예언과도 같은 환상을 보았었다.
‘말해 보게.’

‘내게 영혼이라는 게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왜 타인과 이다지도 다른 것인가.’
그 때 들었던, 누구의 것인지 모를 넋두리가 귓가에서 웅성거렸다. 아이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 탑으로의 인도는, 지금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언젠가 이 곳에 당도하는 것이 운명이었던 것처럼.
아이는 벽에 걸려 있던 횃불 하나를 뽑아 들고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내부는 매우 넓었고, 텅 비어 있었다. 상아색 포석으로 이루어진 바닥을 걷던 아이는 곧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추어섰다. 바닥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원형의 구멍, 그리고 그 구멍으로 드리워진 네 개의 쇠사슬이었다.
“”승강기구나.””로투스바카라
그 때 보았던 환상 덕분일까, 아이는 어렵잖게 그 쇠사슬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쇠사슬은 승강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달려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지하가 있다는 건데.””
당연한 추론이었다. 아이는 금세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아냈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는 좁고 길었다. 뱀의 내장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굽이를 돌아 출구에 발을 들이밀었을 때, 갑자기 탁 트인 풍경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목가적인 마을의 풍경이었다. 들판 가득 보리가 익어 황금빛으로 물결치고, 철쭉을 두른 나무 담장 뒤에선 연갈색 물레방아가 맑은 물을 가득 품은 채 회전하고 있었다. 평화라는 주제를 그려낸 듯했다. 갑자기 왜 이런 풍경이 어두침침한 탑 지하에 나타났는가, 아연했던 아이는 곧 그 이유를 알아냈다.
그 풍경은 실제가 아니라, 샘의 표면에 비치는 허상이었다.
아지프의 본탑 지하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호수만큼이나 거대한 샘이었다. 아이는 그 표면에서 어른거리는 풍경을 보며, 떨리는 입술로 중얼거렸다.

“”이것도.””
알고 있는 샘이었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그 도피행의 초반에, 나하트가 들러 미래를 점쳤던 샘. 아지프의 본탑 지하에 고이 간직되었던 아지프의 성물. 그리고, 그보다 더 먼 옛날에는, 멸망의 미래를 비추어 선주의 운명을 비극으로 결정지었던 샘.
이 샘에서 자신의 죽음을 보았던 나하트는 그 죽음을 피하기 위해 점을 쳤고, 그 예언을 스스로 실현했었다.
아이는 홀린 듯이 영지의 샘을 향해 걸어갔다. 잔물결 하나 없이 잔잔한 샘은, 화폭이라도 된 것처럼 깨끗하게 전원의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아이는 손에 든 횃불을 내려놓고 샘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수면 위로 아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때였다.
“”드디어 도착했군.””
중후한 음성이 등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아이가 놀라 뒤를 돌아보았을 때,

꿈은 끝났다.
*낯선 방, 낯선 침대에서 아이는 눈을 떴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거린 후에야 초점이 돌아와 천장의 무늬를 식별할 수 있었다. 벌떡 일어나려 했으나 몸은 천근처럼 무거웠다. 꽤나 애를 쓴 끝에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킬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흰 머리카락이 담요처럼 등을 덮었다. 잠든 사이에 머리가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치렁하게 자라난 것 같았다. 아이는 멍한 표정으로 사방을 돌아보았다. 고풍스러운 목제 가구들, 붉은 쿠션, 푸른 꽃밭을 그린 유화 따위가 두서없이 시야에 들어왔다. 얇은 커튼 너머에선 햇살이 들이쳐서 부유하는 먼지를 희게 비추었다. 아이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그 먼지들의 자그마한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몇 분이나 그렇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커다란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닫혀 있던 방문이 벌컥 열렸다.
“”어.””
들어온 사람은 낯익었다. 륜이었다. 흰 죽과 수건 따위를 가득 채운 쟁반을 들고 방에 들어온 그녀는, 일어난 아이를 보자 깜짝 놀랐다는 듯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쟁반을 내던지고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와락 아이를 끌어안은 그녀는 곧 알아들을 수도 없게 흐느꼈다.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할 때마다 흐엉, 흐꺼억 같은 품위 없는 울음소리가 새어나와서 알아듣지 못할 지경이었다. 아이는 반사적으로 손을 내뻗어 륜의 머리칼과 등을 쓸어내렸다. 륜의 머리도 마지막에 보았던 때보다 길게 자라 있었다. 덕분에 조금 진정한 륜은 울음을 간신히 멈추고 말했다.
“”1년, 1년이나, 잠자고 있어서, 영영, 못 깨어나는 줄 알았어요. 다행이다…””
1년. 아마도 길 아잘록과의 싸움이 끝나고, 정신을 잃고 쓰러져 깨어나지 못한 자신을 륜이 쭉 간병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잠자고 있었나. 머리가 이렇게 길게 자란 것도, 온 몸에 기운이 없는 것도 납득이 갔다. 말을 마친 륜은 옷자락으로 코를 횅 풀더니, 아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온 힘을 다해 꼭 끌어안았다. 온 몸에 따뜻한 체온과, 강한 압박이 느껴졌다. 깨어나고 나서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체감이 들었다.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륜은 웅얼거렸다. 륜이 입을 움직일 때마다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사랑한다고, 인사도, 못 하고 끝날까봐. 걱정했어요.””
아이는 말없이 륜의 등을 쓸어내렸다. 1년 만에 깨어난 팔은 생각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엉거주춤 서로 끌어안은 채로, 몇 분이 흐른 후였다. 다시금 종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아!””

륜이 아이의 가슴팍에서 고개를 들었다. 무엇인가 떠올랐다는 표정이었다. 침대에서 황급히 내려온 륜은 아이의 팔을 양 팔로 껴안고, 부축해 일으켰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륜은 그렇게 아이의 소매를 꼭 붙들고, 햇살이 들이치는 창가로 이끌었다. 륜은 아이를 세워놓고, 선물의 포장을 뜯듯이 홱 커튼을 젖혔다. 강렬한 햇빛이 서늘한 바람과 섞여 창문으로 쏟아졌다. 륜은 옆으로 물러서 뒷짐을 지고 눈짓했다. 창 밖을 바라보라는 것 같았다. 햇살에 미간을 찌푸리며 창 앞에 선 아이는, 창 너머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입을 벌렸다.
수백, 어쩌면 수천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창문 아래 정원 가득히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아 무언가를 기도하고 있는 듯 했다. 얼이 빠진 아이의 옆에 륜이 다가와 말했다.
“”당신의 쾌유를 기도하려고, 온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이에요.””

아이가 싸움의 결과 중태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매일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했다고. 륜은 알려주었다. 작은 두 팔로 아이의 오른팔을 꼭 껴안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이건 이 세상에서 오직 당신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에요.””
기도하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창가에 선 아이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소란과 함께 함성이 퍼져나갔고, 솟아오른 함성은 다시금 크게 울려퍼진 종소리에 뒤섞였다. 날개가 흰 새 여럿이 푸드득 날아올라 푸른 하늘을 가로질렀다. 잠시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던 아이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림, 들었어?””
대답은 없었다. 다시 한 번 림, 이라고 이름을 부른 아이는 그 음성이 입 속에서 빠져나가기도 전에 깨달았다.

“”아.””


그 날, 소멸을 각오하고 힘을 빌린 날.
그 마지막에 있었던 일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모든 혼을 넘긴 자신이 어째서, 살아 있는지를.

아이의 반신을 꼭 끌어안고 있던 륜은, 갑자기 바닥에 똑 떨어진 물방울을 보고 걱정스럽게 고개를 쳐들어 아이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이의 눈 가득 맑은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랬구나… 그랬어.””
선주의 결심도, 림이 남긴 마지막 작별 인사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가슴 한 구석이 미친 듯 시려왔다. 큰 구멍이 뚫린 듯한 공허감이 찾아왔다. 옆에 붙어있던 륜이 자신을 꼭 끌어안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공허감은 잦아들지 않았다. 림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이해했어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창 밖에서 울려퍼지는 환호성이 멀게만 느껴졌다. 아이는 륜의 부축을 받고 침대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림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렇게 애타게 찾지 않아도 곁에 있단다, 어린 순례자야.’

그러면, 이렇게 말하면서, 불쑥 고개를 내밀어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림은 나타나지 않았다.
“”많이 힘들죠? 약이랑 미음을 받아왔어요!””
얼마 후, 간병 물품을 가지고 륜이 돌아왔을 때, 아이는 다시금 곤히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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