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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교, 감숙 교당“허……. 현철로 만든 공동의 문을! 이처럼 깔끔하게 양단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우천마검, 노영명은 마치 땔감처럼 단면이 깔끔하게 쪼개진 공동의 문을 보며 기함을 금치 못했다.
백련교의 삼대 금지구역.
그중에서도 서열 10위까지의 인물만 출입 가능한 연구동의 금지구역을 무단출입한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위지찬이었다.
하나 백련교 측은 아직 침입자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상태였다.
“노형이 보기에 어떠하오? 작금 강호에 이만한 검수라 해봤자, 몇 되지 않을 터인데. 누가 이와 같은 수법으로 금지구역의 문을 자르고 본교의 호법 삼승을 격파할 수 있겠소?” 묻는 이는, 좌천마도, 고응이었다.
모처럼 쌍마노괴가 연구동에서 나란히 회동한 것은 위지찬이 벌인 소동 때문.

“음……. 이만한 검수는 정말 손에 꼽을 걸세. 종남의 용각 영감이나, 화산의 예종도.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원이나 무당의 종려진인 정도 될 테지.” “전(前)대 맹주 하원상도 포함되지 않겠소?” “아닐세. 그 영감도 능히 당대제일검을 논할 만하지만, 곤륜의 검은 이런 패도적인 맛을 지니고 있진 않아.” “듣기로 간자는 꽤 오랫동안 역용술을 이용해 첩보 활동을 벌였다 하더이다.” “클클. 하니 내가 언급한 인물들은 아닐 터. 누군지 모르지만 소름이 돋을 실력이야.” 웃을 상황이 아니지만, 노영명은 입가로 삐져나오는 웃음을 갈무리하지 못했다.
상황의 유, 불리를 떠나 그 역시 한 사람의 검수가 아닌가. 세이프게임
초절한 검격의 흔적을 보며, 무인으로서의 얄궂은 호승심과 기대감이 솟아오른 탓이었다.
“노형. 나는 간자를 천마신교의 인물로 추정하오.” “천마신교?” “그렇소. 본교의 이목을 속이고 무시무시한 무력으로 금지구역까지 잠입한 자요. 흑, 백도의 은거 기인이 장강의 모래알 같다 하나, 지금으로선 천마신교로 추정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오.” “자네 생각이 그러하다면 그럴 공산이 크겠지. 동감하는 바네.” “노형. 이 일은 우선 교주께 함구하시오.” 일순, 노영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째서? 응당 교주께서 알아야 할 터인데.” “최근 세이프파워볼 교주의 상태를 알고 있소?” “…….”
“혈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라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심각하게 흥분하거나 대로한다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는 노릇이오.” “그 정도인가?” “그렇소. 최근 시종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인신 공양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하더이다.” “음… 교주의 혈신화가 머지않았단 말이군.” “완전한 혈신화를 이루기 전까진 자중할 필요가 있소.” “알겠네. 함구하도록 하지.” “일단 안으로 듭시다. 노형께 몇 가지, 더 할 말이 있으니.” 고응이 노영명을 자신의 처소로 안내했다.


고응의 처소는 권력자가 사용하는 방이라기엔 다소 이질적이었다.
대여섯 개의 탁자 위에는 마물의 피부조직과 내장이 박제된 채 놓여 있었고, 각종 독극물과 온갖 사이한 사물이 늘어진 터라 을씨년스러운데다, 기괴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으니까.
“자네의 악취미는 나날이 진화하는 모양이군. 최소한, 먹고 자는 방에 이런 요란한 물건들은 좀 치우게.” “흐흐, 이 나이에도 잔소리를 들어야겠소?” “마음대로 하시게. 끙…” 노영명이 혀를 차며 의자에 걸터앉자, 고응이 차를 따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노형. 최근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소. 무지렁이 백성들 사이에서 본교에 대한 흉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단 사실을 아시오?” “음… 듣긴 들었네.” “이렇게 되면 교도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오. 어쩌면 영웅 대회의 실패나, 금지구역의 문제보다 이 일이 더 큰 사달이라 할 수 있소.” 고응의 말이 이어질수록 노영명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애당초 천하를 손에 넣는 일은 일조일석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힘을 응축하고도 대계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으니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노영명으로서는 답답함을 느낄 만도 했다.
“게다가, 최근 포청천의 심복들이 본교 교당을 급습하는 일까지 발생했소. 동창에서 그를 막았으나, 이는 무림을 넘어 민, 관이 모두 본교를 적대시하는 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소.” “음……. 확실히 본교를 능멸하려는 세력의 농간임이 틀림없을 걸세. 백도의 짓이겠지?” “그렇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진소어의 짓이오.” “진소어?” “그자야말로 진정한 본교의 흉수요.” 소어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순간, 노영명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고응은 현재 노영명이 얼마나 분기탱천한 상태인지 알았기에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기회가 있을 거요. 이제 천하삼분지계의 형국이 펼쳐질 것은, 자명한바. 당장 그자를 없앨 수는 없겠으나, 곧 기회를 만들어보겠소.” “한 가지만 약속하게.” “무엇을 말이오?” “그자의 목은 내가 딸 수 있도록 계획하겠노라고.” “클클. 명심하리다.” “언젠간 내 손으로 그놈의 육신을 잘근잘근 썰어줄 것이네.” 노영명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다짐을 두었다.
현재 소어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였지만.


“아! 누가 내 뒷담화라도 하나? 귀가 파워볼사이트 가렵네.” “…….”
동창 사내는 고문의 고통에 신음하는 와중에도 상상도 못 한 소어의 신박한 발상 앞에 치를 떨었다.
-규화보전? 그거 내가 가져야겠다.
설마하니 그런 말을 내뱉을 줄이야.
‘이 자의 머릿속은 오로지 폭력과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자는 사람이 아니다. 백도가 아니라 혈교에도 이런 자는 없을 터.’ 사내는 괴로웠다.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을 짓밟으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거늘….
소어를 만난 순간, 모든 죗값을 치르다 고통 속에 죽을 거란 사실을 깨닫게 되니,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진 소협… 내가 아는 모든 사실을 다 털어놓았소. 이제 소협이 날 풀어주더라도 한 태감의 손에 죽을 수밖에 없을 거외다. 하니, 약속은… 약속은 지켜주실 거라 믿겠소.” 느닷없이 진중하게 말하는 사내를 보며 소어가 고갤 갸우뚱거렸다.
“뭔 약속?” “모든 걸 소상히 털어놓으면 무림맹으로 송환하여 인도적으로 죽여 줄 거라 하지 않았소?” “아! 그거? 그래. 약속은 했으니까, 지켜야지. 대신 그전에 한 가지 일을 더 해줘야겠다.” “무엇이오?” “한 태감이 있는 곳까지 날 안내해.” “끙…” 사내가 신음성을 토했다.

그가 아무리 인두겁을 쓰고 해선 안 될, 파워볼게임사이트 악행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지만.
마음 한켠에 미약하게나마, 동창 대원으로서의 소속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서, 소어를 한 태감에게 안내하는 일이 달가울 리 없었다.
하지만.
“왜? 싫어?” “그… 그럴 리가요.” “아닌 거 같은데… 싫은 거 같은데? 칠복 형님! 형님이 보기엔 어떠십니까?” “음… 소금 좀 뿌리거나 고약을 붙이면 좋아질 것 같구려.” “히이이익!” 소금과 고약이란 두 단어에 사내는 식겁한 얼굴로 고갤 저었다.
“시… 싫긴요! 아닙니다! 진 소협! 제가 한 태감에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진작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왔어야지. 좋아. 혹시 아냐? 니가 안내를 잘~ 해서 내가 목표를 이루게 되면 무림맹이 그 공을 감안해 널 살려줄지?” “사… 살려준다고요?” “그럴지도 모르지. 인마! 백도무림은 니들처럼 악독한 집단이 아니라고.” ‘미친… 널 보면 혈교보다 더 악독할 거 같은데!’ 물론 사내는 그런 속내를 조금도 내색하지 않은 채, 감격한 척 ‘연기’를 했다.
그게 조금이라도 편한 길이란 걸 본능적으로 감지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진 소협! 충정으로 모시겠습니다!” “깝치지 말고.” “…넵.” ***
이후 소어는 동창 사내로부터 한 태감이 중원 전역에 12개의 산장을 소유하고 있단 사실을 알아냈고 현재는 하북에서 귀계를 꾸미고 있단 점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요령 분타에서 도주한 동창 놈들과 하루 차이. 전력으로 달리면 충분히 시일에 맞춰 급습할 수 있겠지?’ 소어는 요령 분타에서 퇴각한 동창 대원들이 한 태감을 먼저 만나게 되면 변칙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계산하여 곧장, 실시간파워볼 행동에 착수하였다.

우선, 함께 여정에 나설 동창 사내의 호전을 위해 급한 대로 상처를 봉합하고 침과 뜸으로 기혈을 다스린 뒤, 단전을 폐해버렸고 요령 분타로 향해 묘선과 어젯밤 일어난 사달의 정비를 도왔다.
“후. 묘선아. 이제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지?” “도와줘서 고마워, 소어야.” “인마! 섭섭한 소리는. 당연히 도와야지. 많이 놀랐지?” “응. 내가 앓고 있는 구음절맥 때문에 내 뒤를 밟았고, 날 급습하려 했다니! 진짜 소름이 돋아.” “걱정하지 마, 묘선아. 이미 대부분 내가 죽였고 나머지도 모가지 딸 테니까. 그리고 말이야.” “응?!”
“그 규화보전이란 거. 내가 들고 올 거야.” “뭐?”
“한 태감을 급습할 거거든.” “헐… 위험하지 않을까?” “위험하긴. 그래봤자 고자… 아니, 내시 영감탱이일 뿐인데. 그리고 규화보전 뺏으면 너한테 선물로 줄게.” “소어야…” “엄청나게 대단한 무공이라잖아. 게다가 구음절맥도 깔끔하게 다스릴 수 있다니까, 치료를 위해서라도 익혀야지.” “에이. 솔직히 난 그거 못 믿겠다 야. 그거 익힌다고 정말 그렇게 세지려고?” “일단 익혀보는 거지, 뭐. 무공이야 다다익선인 것을.” “아… 그래도 걱정되는데. 같이 갈까?” “아서라. 내 무공 봤냐 못 봤냐?” “아……!” 묘선은 다시 한번 간밤에 소어가 선보였던 경천동지할 무위를 떠올리고는 장탄식을 토해냈다.
“소어야. 대체 어떻게 그리 세진 거야? 원래 센 건 알고 있었지만… 네 눈에서 청록광이 번뜩이고 안면이 붉게 물들고 나서부터는… 진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던데.” “나도 얼떨떨해. 각성에 접어든 건, 어제가 두 번째거든. 한데 확실히 등봉조극 이후엔 각성의 힘이 제어되는 느낌이야. 몇 번만 더 각성하면 아예 내 몸에 일체화시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소어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했지만, 듣는 묘선은 여전히 충격적인 심정이었다.

등봉조극.


이는 현묘지경을 이룬 자가 체험한 기현상으로 화경의 환골탈태나 오기조원, 삼화취정 등의 상위 개념이었다.
아직 묘선에게는 너무나도 까마득해서 닿을 기미조차 안 보이는 경지를 무덤덤하게 읊조리는 소어를 보며 경악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생불 할아버지. 소어는 정말 할아버지처럼 천하제일인이 될 건 가봐요.’ 묘선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따스한 봄바람과 햇살,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이 유난히도 아름답게 비치는 날이었다.


“소어야?” “그게 대체…” “진 공자…” 세가로 들어서는 소어를 보며 모용가 식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불편하냐?” “아… 아니요. 목줄이란 거… 생각보다 아늑한데요?” 탄탄한 목줄이 채워진 채로, 소어의 손에 이끌려 함께 들어서는 정체불명의 사내.
동창 사내의 꼬락서니 때문이었다.
“백부님.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식구들은 소어에게 지난 밤의 일을 간략하게 듣고서야 마음을 가라앉혔다.

“휴… 난 또, 네가 이번엔 무슨 일을 저지른 건가 싶었다.” “아무튼 다녀올게요. 며칠 안 걸릴 거예요.” “괜찮겠느냐? 한 태감의 무공이 경천동지할 수준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 백부도 함께 가면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백부님. 제가 누굽니까?” “됐다, 말을 말자.” 소어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모용백은 고갤 내저었다.
“대신 며칠간, 무림맹의 요령 분타 좀 챙겨주세요. 묘선이는 어제 일로 마음이 뒤숭숭할 테니.” “그리하마. 수시로 사람을 보내고 교류하며 경계를 강화하겠다.” “그럼!”
소어가 백부를 비롯한 중인들에게 포권하였다.
그러다가 이내.
“야! 넌 인사 안 올리냐? 모용세가가 만만해?” 괜히 동창 사내에게 불똥이 튄다.
“앗! 다… 다녀오겠습니다! 대협들!” 사내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생면부지인들을 향해 부복까지 하며 인사를 올려야 했다.

하지만.
꽈아아아앙!
“으아아악!” 난데없이 소어의 쇠망치 꿀밤이 정수리에 박히는 게 아닌가?
“미친놈. 그걸 하란다고 진짜 해? 이거 웃긴 놈일세. 낄낄낄.” 그 모습을 본 모용세가의 인물들은 어이가 없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저걸 누가 말려, 저걸!’ ‘난 이제 모르겠다…’ ‘아버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소어를 저렇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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