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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네 말은 북해의 천연광물인 설빙석을 중원에 팔아치우자는 건가?” 왕방태의 말에 담긴 분위기가 아리송했다.
‘음… 제안이 마음에 안 드시나?’ 일순, 소어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제안이 혹, 무례는 아닐지.
무례가 아니더라도, 왕방태가 거부하는 건 아닐지.
‘설빙석의 유통권을 따내지 못하면 골치 아파질 텐데.’ 다행히 차선책은 있었다.


만약 설빙석의 통상 교역에 실패할 경우, 천진과 북경에까지 상권을 확장, 지속적인 수익 증대를 도모하기로 육정란과 협의를 해두었던 것.
물론 그런 중장기적인 대안을 설정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대원전장에서 은자 150만 냥에 달하는 거금을 무이자로 빌려준 덕분이지만.
하나 차선책은 말 그대로 최후의 보루일 뿐이다.
소어는 어디까지나 강호인.
외부제자의 모집을 공고한 이상, 그에 관한 역할을 해야 하기에 사업에 치중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궁주님.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설빙석이 북해의 신외지물이 아닌바, 썩혀 두는 것보다 중원에 유통하여 부를 축적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윤허해 주신다면 채광부터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제가 모든 귀찮은 일을 다 해결하는 조건에서 총 수익의 3할을 북해에 넘기겠습니다!” 소어가 열변을 토했다.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다.

하나 왕방태는 말이 없었다.
“…….”
“좋습니다! 그럼 4할. 4할을 넘길게요. 이 정도면 얼마나 좋은 조건인지 파워볼게임사이트 아시죠? 무릇, 공산품은 원자재 값보다 가공, 유통비가 더 많이 드는 법이라고요. 하하하.” 어색한 소어의 웃음.
왕소영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나 강심장이던 소어가 저리 당황해하는 건 처음 봐. 어쩔…….’ 그랬다.
왕소영이 아는 소어는 대막, 광풍사에서 단신으로 깽판을 치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전사의 심장’ 그 자체였던 것.
그런 소어가 궁색해지는 걸 보면 역시 돈 앞에선 장사 없다는 옛 성현들의 말씀은 진리인 모양이었다.
그때.
“하하하하핫!” 왕방태의 앙천광소가 장내를 가득 덮었다.
‘……왜지?’ 소어는 불현듯 불안감을 느꼈다.
화가 나면 외려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하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정말 대단해!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봤구먼!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파워볼실시간 내가 점찍은 사윗ㄱ…… 아니, 영웅이지! 무공만 최고인 줄 알았더니 배짱에, 심계는 한술 더 뜨는구나!” “궁주님…” “더구나 이재에 밝으니 후일, 가정을 꾸린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처자식을 먹여 살릴 사람이야. 진 소협. 나는 자네가 너무 좋네! 껄껄껄!” 이걸 이렇게 받아들인다고?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하나 당혹감은 이내 깡그리 지워버렸다.
왕방태가 흔쾌히 나온 이상.
‘본격적으로 들이댈까나? 크큭.’ 협상의 시간이 되었으니까.


소어가 내민 계약서엔 ‘설빙석’ 유통에 관련된 전반적 사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북해산 설빙석 채광, 유통 계약서> -북해빙궁 (이하, 갑甲이라 한다.)은 모용세가의 진소어(이하, 을乙이라 한다.)와 다음 사항을 약정함.
-1조. 설빙석을 최종 판매함에 있어, 을은 채광, 운송, 실시간파워볼 가공, 유통,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이행한다.
-2조. 을은 총 수익의 3할을(분명 아까는 4할을 언급했으나, 계약서는 미리 작성된 거라 어쩔 수 없다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는 소어였다) 북해에 지급한다.
3조. 갑은 을의 설빙석 채광 총량에 대해 탄력적으로 간섭할 수 있다.
4조. 갑은 원할 때, 언제든 을과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5조. 을은 설빙석을 성실히 유통하여 갑의 이익 극대화 실현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단출하지만, 들어갈 건 다 들어간 계약서.
내용 또한 결코, 북해 측의 손해가 아니었다.
설빙석은 사실 북해의 보물 축에도 들지 못하는 흔한 광석에 불과했다.
하나 그런 돌덩이가 중원에 넘어오는 순간, 금과 맞먹는 진귀한 광물이 되니, 이 계약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떻습니까? 궁주님. 계약 내용이 마음에 드세요? 혹, 수익 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올려드릴 수도 있고, 원하시는 세부 조건을 추가하셔도 돼요.” 소어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러자.
“진 소협. 이딴 종이 쪼가리는 중요한 게 아닐세. 어차피 자네 얼굴을 보고 윤허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그냥 넣어둬. 나는 자네와 세속적으로 엮이는 건 싫네. 신뢰로 가는 거지. 안 그런가?” 여태껏 외세와 상거래를 하지 않은 왕방태였기에 계약 따위의 절차를 낯간지러워하는 눈치였다.
소어도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캬! 역시 상남자십니다, 궁주님. 아무래도 무인의 약조는 이딴 종이 쪼가리로 성립되는 게 아니죠! 하하하.” “그럼, 그럼. 남아일언 중천금이요, 자네와 나 사이의 이심전심은 말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껄껄껄!” 두 사람의 너스레에 왕소영을 비롯한 장내의 하인들은 그만 얼굴이 질리고 말았다.
‘뭔……. 누가 보면 부자지간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하나 그럼에도 왕소영의 파워볼사이트 만면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였지만.
그 순간.

“한데 진 소협.” 왕방태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네, 궁주님.” “자네 말을 들어보면 이번 기회에 아주 대량으로 설빙석을 유통하려 하는 듯한데 말일세.” “당연하지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수요가 한참 오른 지금이 팔아먹기 딱 좋은 시기니까요.” “음… 그러고자 한다면 한 가지 문제가 있어.” “뭔가요?” “설빙석은 북해 전역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채광하여 물량을 맞추려면 반드시 해월빙산의 협곡을 점유해야 하네.” “해월빙산의 협곡이라… 점유하면 되죠. 문제 될 게 있나요?” “있네.”
“네?!”
소어가 놀라 물었다.
그러자 왕방태 역시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마물이나 영수, 영물 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음… 잘은 모릅니다만 대충 유명한 것들은 들어봤죠. 가령, 강시라든가, 인면지주라든가, 뿔 달린 구렁이, 독각화망 정도?” “실제로 본 적은 있고?” “네. 일전에 궁주님께 드렸던 태양화리의 내단도 태양화리를 직접 때려잡고 얻은 거죠. 아 참! 열다섯 살 때, 귀마강시도 잡은 적이 있네요.” “여… 열다섯 살 때 귀마강시를 잡았다고?” “네. 그것도 혼자 때려잡았습니다. 하하하.” 소어의 말에 왕방태가 반색하며 말했다.
“역시 자네는 대단하다니까! 잘되었군. 그럼 자네가 그 일을 직접 처리하면 되겠어!” “……어떤?” 의문스런 눈빛을 띠며 소어가 물었다.

그러자.
“서장엔 묵린철갑망(墨鱗鐵鉀)과 묘강금사주망(苗疆金絲珠)이, 남만에는 만년화리(萬年火鯉)와 익수마룡(翼獸魔龍)이. 그리고 우리 북해에는 빙백음혼사(氷魄陰魂蛇)와 설산거신(雪山巨神)이 있지. 바로 각 새외를 대표하는 마물들일세.” “설마…” “설빙석이 가장 많이 매장된 해월빙산의 협곡은 일곱 마리의 설산거신(雪山巨神)이 버티고 있네.” 맙소사.
이름만 들어도 뭔가 엄청난 놈이 틀림없는데.
그런 놈이 일곱 마리라니.
‘그럼 그렇지. 돈 벌기 어렵다는 말, 틀린 거 하나 없다. 하……!’ 파워볼게임 남몰래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 소어였다.


묻고 싶었다.
대체 그런 마물을 왜 지금껏 놔둔 거냐고.
하나 이내 묻기를 포기했다.
북해빙궁이라 해서, 북해의 모든 마물과 영수, 영물을 다 잡을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니까.
더구나, 왕방태의 말을 들어보니 나름의 사정 또한 존재했다.
북해의 무공은 비기부터 흔한 삼류 무공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빙(寒氷)의 성정을 지닌다.

이는 북해류 무공의 근간을 이루는 내가심법이 극음한 탓이다.
때문에, 온몸이 거대한 얼음덩이 같은 설산거신(雪山巨神)에겐 최악의 상성이라는 것.
몇 번인가 빙궁에서도 고수들을 파견하여 마물을 없애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간 사정을 듣게 되자 소어로서도 할 말이 없었다.
“궁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설산거신인지 설산거지인지 하는 나부랭이 마물들. 확, 마 머리통 깨버릴 테니까.” “클클클! 화통하기도 하지. 그럼 부탁하네. 그놈들을 잡기만 하면 내 책임지고 설빙석 유통에 관한 모든 권한을 자네에게 일임하겠네.” “네, 감사합니다.” “단!”
“네?”
“설산거신은 강렬한 내력과 극음한 기운이 정제된 내단을 지니고 있네. 응당, 사냥꾼인 자네가 취하는 게 맞겠으나, 그 내단은 북해의 무공에 상당한 효험이 있네.” “아……!” 역시 공짜는 없다.
설산거신의 내단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분명, 어마어마할 것은 자명한 터.
‘등가교환 한 번 제대로다, 제대로야. 하 참!’ 하나 소어는 관용을 베풀기로 했다.

설빙석의 유통을 허락해준, 왕방태가 고맙기도 했고, 막역한 벗이 된 왕소영을 생각하면 못 해줄 것도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내단. 궁주님께도 좀 나.눠.달.란 말씀이시죠?” 물론, 다 내어줄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허헛. 역시 자네는 척이면 착이고, 한마디 하면 열 마디를 알아듣는 천재일세.” “좋아요. 맡겨주세요, 궁주님.” ‘차라리 잘됐지. 상대가 마물이라면 미친 듯이 후려 패도 되니까. 크크크!’ 투신의 제자 아니랄까 봐, 소어는 어느새 귀찮음도 잊은 채 마음 한구석에 은은한 전의(戰意)를 피워 올렸다.

이튿날.
해월빙산-
가파르고 험준하기가 생도들과 오르던 만화봉이나 할아버지와 살던 삼륜봉보다 더 심했다.
더구나, 이름대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니 범인이라면 초입도 지나지 못한 채, 방전되리라…….

하나 소어는 외려 기뻤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고됨’인가!
‘와! 진짜 최고네. 외부제자들 들어오면 해마다 데리고 와서 체력 단련해야겠어. 크크크.’ 물론 특정인들이 들으면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게 될 끔찍한 생각이지만.
그렇게 숭악한(?) 생각으로 협곡에 다다랐을 때였다.
“헉……!” 듣던 대로 눈앞에 일곱 마리의 마물이 콧김을 씩씩 뿜으며 활개를 치고 있었는데, 그 생김새에 소어는 경악하고 말았다.
“저건… 숫제 거신이네, 거신.” 설산거신은 사람처럼 직립으로 보행하며 두 팔을 지녔다.
어찌 보면 일종의 유인원 같기도 했는데 크기는 20척가량이나 되었고, 표면은 철갑보다 단단해 보이는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르……!” 소어의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설산거신이 맹수의 것과 같은 낮은 포효성을 터뜨렸다.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내단 내놔!” 눈곱만큼도 위협이 되지 않았는지 소어는 외마디 외침과 함께.

-파파팡!
쾌경보로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한 식경(30분)이 흐른 후…….
콰가가강!
“제발 좀!” 꽈르르르릉!
“죽어라!” 꽈가강!
“이 새끼들 미쳤나? 대체 뭘 처먹고 이렇게 단단한 거야?” 소어는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설산거신이 강력한 맷집을 지닌 마물이란 건, 덩치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설마 이토록 잘 버틸 줄이야.
권풍으로 시작된 공격은 권기로, 권환으로, 급기야 권강까지 펼쳤거늘.
놀랍게도 소어는 아직 단 한 마리의 설산거신도 잡지 못한 채였다.
“아. 이래선 답이 없는데!” 난감함에 골을 싸매던 그때였다.
저벅, 저벅.
소어의 청각에 낮은 발걸음 소리가 각인되었다.
‘사람인데?’ 기감을 열어젖혔다.

확실히 사람의 보행이다.
누굴까?
안력을 돋우고 시선을 옮겼다.
전투 중, 사냥감에서 눈을 뗀다는 건, 어불성설이나 설산거신의 공격은 느려 터진바, 애초에 소어에겐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 순간.
눈보라와 격전의 여파가 만들어낸 돌풍 탓에, 육안으론 무엇도 식별할 수 없는 장내의 상황이지만.
소어는 분명 한 사람을 목도하였다.
그는 바로.
“어제 객잔에서 봤던… 그 영감님이잖아?” 소어의 육감을 뭉개버리고 신기루처럼 사라졌던, 신비의 백의 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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